Ⅰ. 직무분석 초기 의사결정 사항
직무를 분석할 때 크게 4가지 사항에 대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이는 "직무분석"이라는 프로젝트를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할 것인지와 연관된다. 사실 직무분석이란게 가볍게 진행하려고 하면 생각보다 쉽게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반면 심도있게 진행하고자 하면 상당히 복잡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보여지기" 위한 결과물 도출이 고객의 니즈인 경우에는 직무분석 과정은 단촐해진다.
그러나 평상시 주기적인 직무관리를 해오던 회사가 아닌 이상 간략히 진행된 직무분석 결과물을 가지고 여러 인사관리에 활용하는 것이 그리 유의미해보이지 않는다. 직무분석은 다양한 부서의 직무 전문가(SME; Subject Matter Expert)들이 참여하고, 인사담당자나 컨설턴트는 이들을 교육시켜 필요한 직무정보를 추출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대부분 부서에서 일 잘하는 실무자를 직무분석 과정에 투입시키기를 꺼려할 뿐만 아니라 직무 전문가들이 모집되더라도 단기간 내 이들이 직무분석에 대한 지적 수준이나 작성 요령 등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가 주기적인 직무관리(매년 직무분석과 직무평가를 수행)를 수행하지 않는다면 직무분석 과정을 처음부터 새롭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는 무엇을 위해 직무분석을 하는가?"(직무분석의 방향성)에 대한 답을 찾고, "어느 정도 수준의 직무정보가 필요하지?"(직무분석의 깊이) 에 대해서 결정하여야 한다.
[직무분석의 방향성]
- 직무분석의 목적과 연관
- 성과관리, 채용, 경력경로, 교육, 보상 등 다양한 목적 존재
- 목적에 부합하는 직무정보 추출이 해당 단계의 목표
- 데이컴 기법, FA기법, CBC기법 등을 활용
[직무분석의 깊이]
- 직무기술서 안에 담기는 직무정보의 세분화 수준
① 접근관점 : 현 조직구조가 수행되는 직무 및 과업을 효율적으로 담아내고 있는지?
→ 현재 조직구조가 중장기 전략을 실행하는데 부합하고, 부서 간의 업무수행이 효율적이라면 기존 조직구조를 참고하여 직무분류체계를 설정
→ 현재 조직구조가 중장기 전략의 실행 가능성을 저해하고, 부서 간 업무가 중복 또는 지나치게 많은 상호 협조가 필요로 하는 경우라면 가치사슬 분석(프로세스 분석)을 통해 직무분류체계 설정
② 조사범위 : 기존 직무기술서를 활용할 수 있는지?
→ 과거 직무분석 당시와 비교하여 현재 직무의 내용이 많이 다르거나, 직무분석의 목적이 변경되어 수집하여야 하는 직무정보가 기존 직무기술서에 없는 경우라면 전수조사 필요
③ 수직화 여부 : 조직 내 역할 및 책임 구분이 명확하고 업무 분장이 이에 맞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 대체로 직급체계와 연관되어 있으나 부서 또는 직무마다 역할 및 책임의 수준과 그 정도는 다를 수 있는데, 이러한 체계를 살려서 직무급에 반영코자 한다면 직무분석 시 이를 반영
→ 그러나 역할 및 책임수준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업무분장도 중구난방인 기업에서 직무의 수직화를 실시하였다면 연공급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사전에 RACI기법이나 역할 모델링(군집분석 활용)을 통해 사전 진단이 필요
이번 글에서 직무분석의 방향성과 깊이를 한꺼번에 담기에는 글이 지나치게 길어질 것이다. 따라서 오늘은 직무분석의 방향성과 밀접하게 관련된 기법인 데이컴, CBC, FA 기법들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직무분석의 깊이에 대해서는 그리 깊게 다루지 않아도 무방할 것 같아 향후 데이터 분석 기법 등을 소개하는 글을 작성할 때 살짝 언급하는 식으로 넘어가도록 하겠다.
Ⅱ. 교육과정 개발 : 데이컴(DACUM) 기법
데이컴(DACUM;Developing A Curriculum) 기법은 교육과정의 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수행되며, 대략적인 절차로는 직무에 대한 기능 프로파일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직무 내 여러 평가요소를 동원하여 중요도를 평가한 뒤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데이컴 기법은 진행 과정에서 과업(혹은 세부활동)에 대한 평가가 함께 진행된다는 점에서 간략히 직무평가에 대한 결과값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데이컴 기법은 1966년 아이오와 직업 군단(Iowa Job Corps)에서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시작되었고, 1969년에 는 프로그램 개발 전문가인 Larry Coffin에 의해 홀랜드 전문대학(Holland College) 교육과 정 개발에 적용되었다. 이후 미국을 비롯하여 캐나다 토론토 지역의 Humber 전문대학까지 확산되었으며, 1975년 Norton과 Hamilton은 Larry Coffin이 홀랜드 전문대학에서 운영하는 ‘성과 기반 교사교육 워크샵’에 참여하여 데이컴을 접하고, 1976년 전미 직업교육연구센터 (National Center for Research in Vocational Education)의 ‘지역 직업교육 관리자’ 분석을 위한 워크샵에서 처음 데이컴을 적용하였다. 이후 데이컴은 Norton이 근무하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의 고용을 위한 교육훈련센터(Center on Education and Training for Employment)에서 체계화되었다.
데이컴은 현재 직무의 수행 업무를 파악하고, 실무를 원활히 수행토록 하기 위한 교과목 및 교육과정 개발·개선, 교육체계 수립 등을 지원한다. 즉, 직무분석의 방향을 지금 당장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인력 양성"에 초점을 두고있다면 데이컴 기법이 적합하다. 데이컴을 통해 직무분석 결과는 우리가 흔히 접해본 '직무기술서'와 다른 '데이컴 차트(DACUM Chart)'라는 것이 만들어지는데, 애시당초 이 기법 자체가 직무급과 같은 보상체계나 CSF·KPI 등 성과관리를 염두해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데이컴 차트의 예시는 위 그림 내용 중 왼쪽 하단 부분의 표를 참고
한편, 데이컴 기법은 데이컴 위원회 및 검증 위원회를 활용하여 하나의 직무에 대하여 여러 명의 전문가(Facilitator)들과 SME들이 참석하여야 하므로 특정 기업을 위한 직무분석보다는 일반화된 연구를 수행하기에 더 적합하다. 실제로 직무분석 컨설팅 실무에서 데이컴 기법을 온전히 활용하는 경우는 없고 이를 변형해 업무량 산정·가치 사슬분석 등에 일부 활용하곤 한다.
Ⅲ. 역량 모델링 : 역량 기반 교육과정(CBC) 기법
CBC(Competency-based Curriculum) 기법과 데이컴 기법은 모두 구성원의 역량 개발을 주된 목적으로 하나, 데이컴은 현재 직무(또는 과업)을 중심으로 필요 역량을 도출하는 방법이라면 CBC는 직무를 수행하는 우수성과자(사람)가 자주 보여주는 행동양식이 무엇이고 이러한 행동은 어떤 역량에 의해서 나타나는지에 관심을 갖는다. 또 다른 차이로는 데이컴은 지금 당장 이 업무를 수행할 때 필요한 미시적인 교육이 주된 목적이라면, CBC는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서도 우리 조직에 적합한 거시적 역량이 무엇인지를 발굴하는데에 사용된다.
CBC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역량(Competency)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무엇을 역량으로 볼 것인지와 관련해 학계 혹은 컨설팅 실무에서는 공통적인 합의가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역량에 관한 모델은 크게 ①Job Specific Model, ②High Performer Model, ③Core Competency Model, ④Process Competency Model 등 대표적인 4가지 차원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그러나 우수 성과자를 중심으로 필요한 역량을 추출하는 역량 모델 방식이 가장 실무에 사용하기 적합하므로 위 예시 그림과 같이 High Performer Model을 기반으로 직무분석을 실시하게 된다.
[윤여순 연구 참고]
- Job Specific Model : 특정한 직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의 집합
- High Performer Model : 탁월한 업무 수행자의 실제 직무 수행 시 나타나는 행동을 분석하여 역량을 추출
- Core Competency Model : 개인이나 팀의 지식, 기술, 내적 특성 등 구성원이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역량의 집합
- Process Competency Model : 판매, 고객 서비스, 보수 유지 엔지니어링 등 특정한 비지니스나 업무 프로세스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역량의 집합
다만, CBC기법은 직무가 아닌 사람을 중심으로 분석한다는 점에서 구체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그러한 역량이 필요로 하지 않는 직무임에도 조사에 임한 고성과자가 유달리 많은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왜곡될 여지가 있다. 또한 행동 속에 감춰진 역량을 발굴한다는 원리상 행동으로 표현되지 않는 다양한 역량에는 취약할 수 있다. 그렇기에 CBC기법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직무정보는 상당히 제한적일 수 있다.
직무급은 직무들을 평가하는 과정인 직무평가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직무평가는 직무평가자를 필요로 하고 이러한 직무평가자는 같은 직군 혹은 전혀 그 직무에 대해서 잘 모르는 직원들도 선임될 수 있으므로 가능한 객관적이고 폭 넓은 정보가 수집이 요구된다. 다만, CBC기법은 대략적으로 기업이 요구하는 포괄적인 역량을 정의할 순 있어도 직무평가가 가능할 정도로 유의미하게 구분되는 정보를 수집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직무급 도입을 위한 직무분석에서는 CBC기법은 참고하기 어려운 방안이라고 생각된다.
Ⅳ. 성과관리 : 기능적 분석(FA) 기법
FA(Functional Analysis) 기법은 어떤 직무에서 달성해야만 하는 결과에 주안점을 두어 체계적으로 분석·정리하는 방법이다. 이 기법은 성과관리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직무급 도입을 위한 직무정보 수집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더욱이 평가와 보상에서 앞서 살펴본 다른 기법보다 더 활용가치가 높다. 따라서 필자가 이후에 작성할 직무분석 시리즈는 이러한 FA기법을 기초로 진행할 것이다.
사람마다 달성해야 하는 핵심목표가 있듯이 직무에도 이러한 핵심목표가 있다.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시를 들자면 어떤 한 사람을 상상해보자. 길을 걷던 한 사람이 "행복해지고 싶다"는 핵심목표를 세웠다. 그 뒤로 이어지는 생각은 '그럼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지?'일 것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당연히 ⓐ건강해야 하며, ⓑ돈도 부족함이 없어야 하고, ⓒ인간관계가 완만하는 등등 여러 요소들이 있을 것이다. 생각나는 요소들이 너무 다양하다 보니 ⓐ건강 확보, ⓑ부자되기, ⓒ완만한 인간관계로 추릴 수 있었다. 이후 또 생각이 이어지는데, '어떻게 하면 건강을 확보할 수 있을까?' 등 고민하기 시작한다.
FA기법은 바로 위와 같은 방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진다. 직무가 도달해야 하는 핵심 목표가 무엇인지 정의하면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하위 목표를 설정한다. 이후 이러한 하위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떤 행동들을 하여야 하는지로 점점 구체화된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정리하다보면 해당 직무에 있어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역량이 무엇인지 도출할 수 있고, 수집된 정보들은 전부 직무기술서에 담기게 된다. 다시말해 FA기법은 직무마다 기업 성과에 어떤 효익을 줄 수 있는지를 기반으로 체계적으로 성과영향요소를 도출하고 직무를 구성하는 세부적인 과업과 활동, 역량 등을 전부 직무기술서에 담을 수 있다.
다만, FA기법은 성과영향요소와 필요 역량 수준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정리할 뿐 구체적인 업무내용, 가령 이 직무는 무슨 업무를 수행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도로 조사하지 않으므로 FA기법을 적용하기 전 단계인 직무분류 단계에서 데이컴과 유사하게 과업과 세부활동 등을 조사하는 작업을 별도로 수행하여야 한다.
[참고 문헌]
1. 이창훈, 서원석, 김태훈, 조한진, 김기수.(2015).데이컴(DACUM) 기법을 활용한 기계·금속 교사의 직무 분석.대한공업교육학회지,40(2),130-154.
2. 오헌석.(2007).역량중심 인적자원개발의 비판과 쟁점 분석.경영교육연구,47(1),191-213.
3. 박연정, 이호진 and 권정언. (2013). 하이브리드형 교육체계 수립 및 e-HRD 시스템 개발 사례연구. 기업교육과인재연구, 15(2), 107-133.
4. 윤여순. (1998). 기업교육에서의 Competency-Based Curriculum의 활용과 그 의의. 기업교육과 인재연구, 1(1), 10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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