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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이야기

[인사-23014] 직무급 도입을 위한 직무분석 방법론 ① : 직무분석의 필요성

by 노동법의수호자 2023.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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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직무분석의 정의

직무분석을 하기 앞서 우리는 직무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네이버 HRD 용어사전에 따르면 직무란 "과업 및 작업의 종류와 수준이 비슷한 업무들의 집합으로써 특히 직책이나 직업상 책임을 갖고 담당하여 맡은 일을 의미"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상당히 복잡하게 이야기하고 있으나 단촐하게 정리를 하자면 "조직이 개인에게 부여한 일"이 바로 직무다.

 

오늘날 직무를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된다. 하나는 직무가 우선 존재하고 이것에 적정한 인력을 배치한다는 "과업 중심적 직무관"과 사람이 먼저 존재하고 이후 그 사람이 수행하는 과업을 직무로 구성한다는 "사람 중심적 직무관"이 그것이다. 20세기 초 테일러리즘(Taylorism)이 만연하였을 당시 공장 근로자의 근무태만을 바로잡기 위해 특정 직무에 사람을 구겨 넣는 일은 비일비재하였으나, 현재는 개인에게 부여된 직무의 범위가 신축성을 띄고 있어 완벽히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특징이 있다. 과거에 비해 오늘날 업무의 배정 원칙과 그 양이 제각각이므로 노동시장에서 거래되는 직무도 기업마다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인사담당자에게 소속된 기업의 직무를 분석하고, 분석된 결과를 통해 각 직무별 정체성을 파악하는 일은 중요해졌다. 왜냐하면 직무로 하여금 필요한 역량이 무엇이고, 어떤 업무를 수행하여야 하는지, 또 어떤 성과를 달성해야 하는지 등을 정리하고 이를 채용, 배치, 교육, 보상과 같은 인사관리 영역에 근거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Ⅱ. 직무분석의 필요성 ① : 보상의 근거 마련

 

우리는 회사로부터 근로를 제공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 즉 임금을 받는다. 이때 회사가 임금을 지급하는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우리가 받는 임금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영업직 혹은 연구직이라면 일반적으로 영업실적(혹은 연구실적)에 따라 임금을 지급받는 "성과급(실적급)"일 것이다. 기업은 조직에 기여하는 수준을 정의하고, 이를 기반으로 보상의 지급 기준을 설정한다. 그 기준은 직군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여러 가지 기준이 혼합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영업직, 연구직, 생산직, 전문직과 같이 자신의 성과가 온전히 자신으로부터 비롯되며 상대적으로 가시적인 직군의 경우 오히려 보상의 기준을 정하기 쉬우나, 일반적인 기업의 사무직이라면 그의 성과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특히, 요새 기업들의 성과평가 시스템(MBO, OKR 등)은 KPI와 같은 성과지표를 스스로 설정하게 해 달성하기 쉬운 목표를 설정하게 끔 유도하므로 종국적인 평가 결과는 "누가 자신의 평가자에게 잘 보였는가?"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사무직들 사이에서 "의전"이 직무의 일환으로 자리 잡은 건 어찌 당연해 보인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반 기업의 사무직에게 성과급(실적급)은 기업의 전체 성과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에 다소 회의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럼 그 외 대체 수단으로 "근속연수", "역할", "직무 능력"은 어떨까?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보상을 지급하는 것은 기업특수적 숙련도가 중요한 산업(주로 중후장대형 전통 산업)에는 상당히 의미있는 보상 분배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노동연구원 「산업특수적 숙련과 임금(2001)」 연구에 따르면 "저학력 블루칼라의 경우 기업특수적 숙련(근속)이 임금 결정에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해당 연구에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이유와 관련해 과거 한전KPS 임직원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설명하고자 한다.

 

한전KPS는 사무직의 경우 정년퇴직을 하면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다시 채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기술직 내지 현장 노무직의 경우 장기근속한 직원들에 대해 거의 100%에 가까울 정도로 다시 채용한다. 이는 한전KPS가 가지고 있는 터빈, 발전기, 펌프 등을 다루는 업무가 다른 기업에서 경험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닌 오로지 한전KPS에서만 쌓을 수 있는 기업특수적 숙련도가 필요한 업무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당 업무들은 외부에서 채용할 수 없고, 원활한 관리와 지식의 전파를 위해서라도 고숙련 근로자들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킬 필요가 있다. 이렇듯 기업특수적 숙련도가 상당히 필요한 산업 내지 직군의 경우 근속연수는 적절한 보상의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사무직 근로자는 그들의 장기근속과 기업 성과와의 상관관계가 앞서 살펴본 직무 수행자들에 비하여 현저히 낮다. 오히려 기업에 위기가 닥쳤을 때 장기근속한 인원들을 주로 희망퇴직 혹은 정리해고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기업이 장기근속과 기업 성과와의 상관관계를 상당히 낮게 보고 있다는 사실을 유추해볼 수 있다. 사실 근속연수나 성과(실적)와 유사하게 역할과 직무능력도 비슷한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직급은 회사가 해당 직원에게 기대하는 역할 및 책임의 수준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기에 직급이 높을 수록 낮은 사람들에 비해 권한도 많고 보상도 많은 것이다. 대부분의 회사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근속연수가 높을 수록 직급이 높다. 결국 근속연수가 역할 및 책임을 결정하는 요인이므로 역할급은 근속연수에 연동된 보상체계가 가진 한계를 그대로 이전받는다. 물론, 국내 기업 중 직책자들의 직책의 수준을 역할 단계로 평가·구분하고 높은 직책에서 낮은 직책을 수행하는 경우 임금을 감소시키는 실질적인 역할급을 운영하는 회사도 있으나, 직책자가 아닌 일반 직원들에게 이를 적용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직무능력은 보상의 기준으로 적절할까?  직무능력은 상당히 유동적이며 조건부적인 특성을 띄고 있다. 전 직장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었던 경력직 A가 우리 회사에 와서 동일한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사람의 능력은 상황적 맥락이 충족되었을때 능력으로 발현되거나 인정받을 수 있다. 가령, 중세시대에 공을 발로 잘 다루는 사람은 능력으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축구선수로서의 능력으로 대우받을 수 있다. 능력급을 찬성하는 학자들이나 컨설턴트들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기업마다 완벽히 동일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일반화된 능력(Generalized ability)은 없다는 것엔 동의하나, 이는 그 능력이 기업에 필요한 능력인지 아닌지를 평가한 뒤에 보상으로 연동하면 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주장엔 "무엇을 가지고 평가할 것인가?"라는 이차적인 문제를 남긴다. 결국, 성과·실적을 가지고 평가한다는 점에서 앞서 말한 성과급(실적급)의 한계를 그대로 반복하게 된다.

 

이쯤되면 눈치 빠른 독자들은 필자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결국 보상은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 분배되는 것이 현존하는 보상의 기준 중 (이론상)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 직관적으로 근로자가 어떤 종류의 노무를, 얼마만큼, 어느 정도로 수행하느냐에 따라 기업이 달성한 성과를 설명하는 것은 앞서 살펴본 다른 기준들에 비해서 훨씬 설득력있다. 단순히 문서를 정리하고 수발하는 서무업무 담당자가 받는 보상의 크기와 기업의 전략을 검토하고 결정하는 업무 담당자가 받는 보상의 크기가 다른 이유는 이로써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서무업무 담당자가 나이가 많건, 학력이 높건, 자격증이 많건 아무 상관없다. 따라서 조직은 자신을 구성하는 직무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세부 내용을 분석하여 그것의 양과 질적인 측면을 세부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해두는 일(직무분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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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직무분석의 필요성 ② : 법적 리스크 완화

[관련 법률 :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임금) 
①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② 동일 가치 노동의 기준은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 조건 등으로 하고, 사업주가 그 기준을 정할 때에는 제25조에 따른 노사협의회의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③ 사업주가 임금차별을 목적으로 설립한 별개의 사업은 동일한 사업으로 본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19. 3. 14. 2015두46321]

1. 판례 일부 발췌
‘동일 가치의 노동’이라 함은 당해 사업장 내의 서로 비교되는 노동이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거의 같은 성질의 노동 또는 그 직무가 다소 다르더라도 객관적인 직무평가 등에 의하여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노동에 해당하는 것을 말하고, 동일 가치의 노동인지 여부는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을 비롯하여 근로자의 학력·경력·근속연수 등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판례 평가
① 근로계약상의 근로 내용과는 무관한 다른 사정을 이유로 근로자에 대해 불합리한 차별을 해서는 안됨.
② 대상판결에서는 여성 비전업강사와 남성 전업강사 간의 강사료 차등을 문제삼은 것이 아니라 시간제 강사와 전업 강사 간의 강사료 차등에 대해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를 적용함으로써 동성 간의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의 적용 가능성을 열어둠.

남녀고용평등법은 동일 사업 내에서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해 동일한 임금을 주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 제약 덕분에 회사는 동일 직무 수행자에 대한 차등의 근거를 남겨두어야 한다. 즉, 동일 직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급여가 다르다면 직무 수행자의 역할, 책임, 업무 내용 등에 있어 본질적인 차이를 증명해놔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초기 남녀간의 차별 문제에 한정되었으나 19년도 이래로 그 범위가 보다 확장된 것으로 해석되어 주의가 필요해졌다.

 

한편, 공공기관의 경우 2018년 본격화된 "비정규직 무기계약직화"로 인하여 일반 정규직 근로자와 무기계약직 근로자 간 근로조건의 차이가 두드러지고 있다. 환경미화, 시설관리 등 업무에 대해 과거서부터 외주를 주다가 무기계약직화한 경우에는 그나마 사정이 나으나, 일반 정규직과 업무가 유사 또는 동일한 일반 사무, IT 유지보수 등의 업무에서는 정규직와 무기계약직간의 갈등이 불가피해졌다.

[실제 모 공공기관 인터뷰 내용]

"일반 정규직들 육아휴직 나가고 대체근무자를 못 구하면 제가 그 일을 전부 다하는데 저는 왜 급여가 이렇게 적은가요?"

"지금도 정규직과 저희는 섞여서 같이 일합니다. 팀장님도 저를 그냥 일반 정규직처럼 지시하시고 업무를 주시고 계세요" 

 

실제로 공공기관의 무기계약직과 일반 정규직 간 업무가 거의 차이 나지 않은 경우를 수도 없이 보았다. 그때마다 업무 분장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고 직책자들을 교육시키더라도 애초에 인원이 적은 열악한 팀이나 조직의 경우 불가피하게 업무가 뒤섞이는 경우를 맞닥드리게 된다. 더욱이 최근에는 무기계약직 노동조합까지 등장하여 공식적으로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나아가 일반 정규직과의 인사평가상 차별 등으로 문제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공정성 이슈와 사회적 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뜨거워지면서 법에서 천명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은 더욱 강한 힘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향후 이러한 법적 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당신의 일과 나의 일은 이러저러하기 때문에 다릅니다."라는 명확한 근거를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사용될 시금석이 바로 직무분석의 결과(직무기술서)이다.

 

Ⅳ. 직무분석의 필요성 ③ : 인사운영상의 정보 제공

직무분석은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담아낸다. 직무분석은 그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분석의 결과물인 직무기술서의 내용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직무기술서에는 ⓐCSF 등 성과영향요소, ⓑ직무 내용과 수행 결과물, ⓒ필요 역량, ⓓ경력경로 등을 담는다. 

 

CSF 등 성과영향요소는 인사평가와 관련되어 직무별 KPI 등을 도출하고 평가를 진행하는 데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직무 내용은 팀장 등 직책자가 실무자의 업무를 이해하고 지시를 내릴 때 가이드로 작용한다. 필요 역량은 해당 직무 수행자가 갖춰야 하는 능력들이 무엇인지 확인하여 외부 노동시장에서 그러한 자를 채용하도록 돕거나 기존 직무 수행자에게 무엇을 교육시켜야 하는지 알려준다. 경력경로는 해당 직무 수행자가 앞으로 조직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참고할 수 있는 인사발령의 지침이 되어준다. 물론, 대부분의 컨설턴트들이 직무기술서에 경력경로를 넣긴 하지만 실제로 이걸 참고해서 인사발령을 내는 케이스는 본 적이 없으므로 필자는 개인적으로 불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참고문헌]

1. 박준성, 『한국기업 임금체계의 역사적 변화에 관한 연구』, 인사관리연구, 2008
2. 전병유, 『한국노동패널특집 : 산업특수적 숙련과 임금』, 한국노동경제학회,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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