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하니가 쏘아올린 작은 공
□ 걸그룹 뉴진스의 멤버 하니(20)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조사의 일환으로 10월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하여 소속사 내에서 이루어진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발언하였음
□ 이 날 주요 쟁점은 아이돌 연습생이나 하니와 같은 아티스트들이 ‘노동법상 노동자’인지 여부였음
- 왜냐하면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이슈는 해당 법률에서 정의하는 노동자(근로자)에 해당하여야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임
□ 이번 국정감사를 보며 해당 사건의 진실 여하를 떠나 다양한 고용형태(근로형태)를 가진 노무제공자들이 자신이 전속된 회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한다면 무엇을 근거로 다툴 수 있을지 정리의 필요성을 느낌
- 이하에서는 회사의 소속 여부에 따른 근로형태를 세분화하고 각 형태에 따라 어떤 법률에 의거하여 직장 내 괴롭힘에 대응할 수 있는지 검토해보겠음
Ⅱ. 근로형태 개념
□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고용형태에 대해 정규직과 비정규직만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으나 이는 엄격히 말해 법적인 개념이 아님
- 오히려 근로자가 어떤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지에 따라 ①일반 근로자, ②특수형태근로종사자 ③하청 근로자(근로기준법상 도급근로자* 아님!), ④파견 근로자로 고용형태 구분이 가능함
※ 「근로기준법상 도급근로자」란 같은 법 제47조에 기하여 개인실적급 베이스로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자를 말하며,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 참조
□ 일반 근로자는 특정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근로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서 임금을 지급받는 자에 해당하므로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이러한 일반 근로자에 포함됨
- 아래 파견 또는 하청 근로자 역시 각자 소속되어 있는 회사(파견회사, 하청회사)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일반 근로자에 해당
□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회사에 소속되어 있지는 않으나 특정 회사에 전속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프리랜서를 의미하며 노동법의 대부분이 적용되지 않음
- 물론, 그 지위가 근로자와 유사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노동법상 일부 규정은 적용되기도 함
- 고용보험법에선 아이돌·아티스트·뮤지컬 배우 등 대중문화예술인의 경우 노동법상 근로자가 아닌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유사한 지위로 보며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근거가 존재함
※ 참고 : 고용보험법 제77조의 2(예술인인 피보험자에 대한 적용)
① 근로자가 아니면서「예술인 복지법」제2조 제2호에 따른 예술인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 중「예술인 복지법」제4조의4에 따른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이하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다른 사람을 사용하지 아니하고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하 “예술인”이라 한다)과 이들을 상대방으로 하여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을 체결한 사업에 대해서는 제8조 제2항에 따라 이 장을 적용한다.
□ 하청 근로자는 원청사로부터 특정 업무를 도급받은 회사에 소속된 직원을 말하며 파견 근로자와는 다르게 자신의 노동력을 직접 소속된 하청 회사에 제공함
- 물론, 대부분 원청사가 하청사보단 규모와 자금력이 크기 때문에 하청 근로자들이 산업재해 등 노무 관련 이슈 발생 시 원청사에 법적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음
□ 위 하청 근로자와 반대로 파견 근로자는 본인의 노동력을 자신을 고용한 회사에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회사에 제공하여야 하기 때문에 파견 근로자는 자신과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다른 회사의 지휘명령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음
Ⅲ. 근로형태별 직장 내 괴롭힘 대응 근거
1. 민법
□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였다면 피해자는 괴롭힘 가해자에게 민법 제750조에 기한 불법행위 책임을 청구할 수 있으며(대법원 2021. 11. 25. 2020다270503),
- 만약 피해자가 가해자와 소속 회사가 다른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하청 근로자, ⓒ파견 근로자라면 민법 제756조에 따라 가해자가 소속된 회사로부터 추가적인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도 있음(대법원 2024.5.17. 2024다207558)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2023. 2. 15. 2022가합70004]
1. 가해자의 불법행위 책임 판단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이는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서 피해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된다(대법원 2021.11.25. 선고 2020다270503 판결 등 참조). 위 대법원 판결은 직장 내에서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와 다른 근로자 사이의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것이기는 하나,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사람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그 피해자가 반드시 근로자여야 할 필요는 없다. 특히 특수형태근로종사자(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25조, 산업안전보건법 제77조)는 사업주에 대하여 경제적 종속성을 띠고, 타인을 이용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며, 주로 특정한 1인의 사업주를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달리 노무를 제공함에 있어 사업주의 특정한 지시나 지휘·감독에 구속되지 않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자영인의 중간적 위치에 있는 노무제공자이므로(헌법재판소 2016.11.24. 선고 2015헌바413, 414(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위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2. 법인의 채무불이행 책임 판단
1) 민법 제756조에 규정된 사용자 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라는 뜻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 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여질 때에는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이를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고,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에 관련된 것인지의 여부는 피용자의 본래 직무와 불법행위와의 관련 정도 및 사용자에게 손해 발생에 대한 위험 창출과 방지조치 결여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8.2.10. 선고 95다39533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에 따라 살펴본다. 앞서 살펴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① 피고 법인 소속 경기팀 직원인 피고 C는 경기 진행 중에 무전으로 망인에게 모욕적인 발언이나 공개적 질책을 하였으므로 다른 경기팀 직원이나 캐디들도 이를 들어 알 수 있었던 점, ② 망인은 피고 C로부터 질책을 받고 특히 이 사건 기숙사에서 퇴실할 무렵에는 동료 캐디들에게 피고 C에 대한 감정이나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였으며 2020.8.28.경에는 피고 C에게 항의하는 취지의 인터넷 게시판 글까지 남겼던 점, ③ 그럼에도 피고 법인은 망인을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피고 법인 소속 직원은 망인이 인터넷 게시판에 쓴 글을 삭제하고 망인을 인터넷 카페에서 탈퇴시킨 점 등의 사정이 인정 되는바, 피고 법인이 피고 C의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 법인은 피고 C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사용자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4. 5. 17. 2024다207558 판결에서 확정
2. 근로기준법
□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근로기준법 제76조의2)은 동일한 회사에 소속된 근로자간 괴롭힘을 규율하기 위한 취지이므로 원칙적으로 소속이 다른 근로자들은 이 법에 따른 보호를 받을 수 없음
- 가령, 원청사 직원이 하청사 직원에게 갑질 및 폭언을 한 경우 하청사가 원청사 직원을 조사하거나 징계 등 인사처분을 할 수 없음(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임)
□ 그러나 소속이 다르더라도 다른 회사(사용사업주)에 근로를 제공하여야 하는 파견 근로자의 경우 법에서 근로기준법 제76조의 2(직장 내 괴롭힘 금지)의 사용자책임을 근로를 제공받는 회사(사용사업주)와 근로자를 파견하는 회사(파견사업주) 모두에게 부담시키고 있으므로 파견근로자는 예외적으로 보호될 수 있음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 파견근로자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을 통해 보호하고 있습니다.(24. 6. 1.)]
□ 한편, 파견근로자에 대해서는 파견법*에 따라 파견사업주 및 사용사업주를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로 보아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을 적용하고 있음
* 파견법 제34조(「근로기준법」의 적용에 관한 특례) ① 파견 중인 근로자의 파견근로에 관하여는 파견사업주 및 사용사업주를 「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2호의 사용자로 보아 같은 법을 적용한다.
□ 또한,「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에서도 파견근로자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이 적용됨을 명확히 하고 있음
□ 이에 따라 근로감독관도 신고사건 등 처리에 있어 파견근로자에 대한 괴롭힘도 엄정 대응하고 있음
3. 산업안전보건법
□ 과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당시 사업주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의무가 산업안전보건법상 규율 범위에 포함되는지 견해의 대립이 있었으나(아래 링크 참조),
- 최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골프장 캐디 자살 사건에서 손해배상의 근거로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시되었다는 점을 미루어 보면 법원도 직장 내 괴롭힘이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규율되어야 할 위법행위임을 수긍하고 있는 것으로 보임(대법원 2024. 5. 17. 2024다207558)
□ 따라서 산업안전보건법상 규정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당사자가 동일한 회사인 경우 뿐만 아니라 다른 경우에도 아래 근거에 의해 관련 사업주는 처벌받을 수 있음
※ 산업안전보건법상 법적 근거
1. 당사자가 동일 회사의 경우
1) 산업안전보건법 제40조(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근로자는 제38조 및 제39조에 따라 사업주가 한 조치로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조치 사항을 지켜야 한다.
2) 산업안전보건법 제39조(보건조치)
① 사업주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이하 “보건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한다.
(중략)
5호 : 단순반복작업 또는 인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
(중략)
② 제1항에 따라 사업주가 하여야 하는 보건조치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
3)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69조(직무스트레스에 의한 건강장해 예방 조치)
사업주는 근로자가 장시간 근로, 야간작업을 포함한 교대작업, 차량운전[전업(專業)으로 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및 정밀기계 조작작업 등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하 “직무스트레스”라 한다)이 높은 작업을 하는 경우에 법 제5조 제1항에 따라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을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2. 당사자가 다른 회사의 경우 : 하청 근로자
1) 원청사 의무 :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도급인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한다.
2) 하청사 의무 :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등)
② 사업주는 업무와 관련하여 고객 등 제3자의 폭언등으로 근로자에게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3. 당사자가 다른 회사의 경우 : 특수형태근로종사자
1) 산업안전보건법 제77조(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등)
①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하여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음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사람으로서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람(이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 한다)의 노무를 제공받는 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
제1호 :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할 것
제2호 : 주로 하나의 사업에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
제3호 : 노무를 제공할 때 타인을 사용하지 아니할 것
2)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67조(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범위 등)
- 보험설계사, 우체국 보험모집인
- 건설기계를 직접 운전하는 사람
- 학습지 방문강사, 교육 교구 방문강사, 그 밖에 회원의 가정 등을 직접 방문하여 아동이나 학생 등을 가르치는 사람
- 골프장에서 골프경기를 보조하는 골프장 캐디
- 집화 또는 배송 업무를 하는 사람
- 퀵서비스업자로부터 업무를 의뢰받아 배송 업무를 하는 사람
- 대출모집인
- 신용카드 회원 모집인
- 대리운전업자로부터 업무를 의뢰받아 대리운전 업무를 하는 사람
- 방문판매원이나 후원방문판매원
- 대여 제품 방문점검원
- 가전제품 설치 및 수리원
-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 화물차주
- 프리랜서 소프트웨어기술자
Ⅳ. 소속사 내 예술인에 대한 괴롭힘 대응
□ 연예인과 소속사 간 계약 내용을 자세히 살펴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일반적으로 예술인의 법적 지위는 사업자(프리랜서) 혹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유사한 지위에 있다고 사료됨
- 그러므로 일반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기준법이나 하청 및 파견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법률은 적용될 수 없을 것임
□ 그렇다면 위에서 언급한 민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이를 규율할 수 있을 것이나 예술인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의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범위엔 포함될 수 없다는 점에서 민법의 불법행위와 사용자 책임을 근거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됨
- 또한, 본문에서 별도로 다루진 않았으나 폭언·폭행·협박 등 괴롭힘의 유형과 양태에 따라 형법에 의한 처벌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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