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문제 인지 : "가성비 좋은 30대"
최근 2030세대를 지칭하는 MZ세대의 "돈독"이 기업 간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작년 초 SK하이닉스에서 발생된 '성과급' 논란에 대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지난해 연봉을 반납하겠다며 달레기에 나섰고, 이후 이와 유사한 보상 관련 이슈가 삼성전자, LG화학 등 또 다른 대기업으로까지 번지며 MZ세대의 화끈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그럼 도대체 왜? 최근에 와서 이러한 공정한 보상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일까?
위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은 2020년 4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직장 내 세대갈등과 기업문화 종합진단』이라는 보고서를 참고하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결국 MZ세대들이 원하는 것은 "내가 한 만큼, 돈을 받는다."라는 명제가 조직 내에서 당연하게 성립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30대가 가성비가 좋다. 일은 제일 많이 하는데 월급은 적게 줘도 된다."
"20대에 의욕이 가득하다가 30대에 성과나 보상에 불만이 생기며 '적당히 하자'는 입장으로 선회한다."
출처 : 대한상공회의소 『직장 내 세대갈등과 기업문화 종합진단』
Ⅱ. 기업 보상구조의 현실 : 근속연수와 연령이 지배적인 기준
최근 대학생들이 입사하고 싶은 기업들로 "네카라쿠배당토"가 제시되고 있는데, 여기서 '네'는 네이버, '카'는 카카오, '라'는 라인, '쿠'는 쿠팡, '배'는 배달의 민족, '당'은 당근마켓, '토'는 토스를 의미한다. 이들 기업은 하나 같이 IT산업의 특유한 개발자 문화를 보유하고 있어 자유롭고 젊은 인상을 보여주고 있다.
※ 물론, 일부 게임회사 등 회사 연혁이 얼마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최초 경영기획자 또는 인사기획자가 대기업 출신이거나 대표이사의 경영 철학에 따라 상당히 관료주의적인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으며 네이버나 카카오 등 상당한 규모의 기업 역시 조직의 안정성을 지향하는 문화와 관료주의적인 풍토가 기업 규모가 커짐에 따라 나타날 수 있음.
그도 그럴 것이 토스는 작년부터 "겨울방학"제도와 "주 4.5일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네이버, 쿠팡 등 대다수의 IT 기업들은 직급체계가 없고, 나아가 배달의 민족의 경우 단 1분이라도 야근을 할 경우 수당을 챙겨주는 등 다소 파격적인 인사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또, 위 기업들은 상당히 넓은 급여구간(Range Spread)을 토대로 개인이 보유한 능력 내지 역량을 적극적으로 연봉에 반영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실제 같은 Pay Band 내에서도 임금격차가 상당함.) 나아가 젊은 직원들에게도 팀장 등 주요 보직을 맡긴 사례가 있듯이 연령에 따른 연공적인 요소를 다소 제한적으로 인사에 참고한다는 점이 큰 특징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기 사례와는 다르게 보통 사기업의 경우 30-40대 연령층에 속한 과·차장급, 공공기관의 경우 20-40대에 속한 대리·과장급인 중간 실무자층에게 업무가 몰리는 경향이 존재한다. 특히, 공공기관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상당히 심각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필자는 여러 규모의 기업들의 보상체계 컨설팅을 수행하면서 보직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는데 그때 마다 아래와 같이 질문하고 답변을 요청하였다.
필자 : "만약, 팀장님! 일을 너무 잘해서 일이 몰려있는 대리가 있고, 일을 잘못하거나 혹은 하기 싫어하는 차장이 있다고 가정할 때 차장급이 하여야 하는 규모의 사업 또는 업무가 팀에 할당된 경우 어떻게 업무 분장을 하시나요?
팀장 : 어쩔 수 없죠.. 대리 줘야죠.. 괜히 차장한테 줘서 일 터지기 전에
필자 : 그럼, 그 대리는 인사평가나 직무급 등 수당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나요?
팀장 : 일단, 인사평가 시즌에는 제가 감안은 하겠죠. 근데.. 그때 승진해야 하는 팀원들도 있거나 혹은 연속해서 D등급을 받으면 연봉이 동결되고 이러니까... 그 대리한테 무조건 높은 평가등급이나 보상을 제가 보장할 수는 없죠.. 그리고 이게 또 대리가 하는 역할이라는 게... 결국 회사의 직급체계가 있는 거고 그걸 막 무시하면 다른 직원들한테 위화감도 조성하고 그렇잖아요?
물론, 일부 보직자들의 경우 상기와 같이 답변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는 점은 분명히 전달하고 싶다.(오히려 그런 차장이 있다면 징계해고를 건의하겠다는 분들도 계셨다.) 다만 대다수 회사의 보직자들은 상기 질의에 대하여 조직의 생리와 관계적 딜레마를 토로하며 위와 같이 대답하였다.
바로 여기가 MZ세대들의 불공정성이 지각되는 포인트라고 판단된다. 실제 이러한 경향을 분석한 사례도 있는데, 아래의 그림은 서울대학교 박희준 교수가 작성한 『임금의 연공성은 왜 생기는가? : 사무직의 근속연수·임금 관계에서 연공에 의한 승진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라는 2018년 연구논문에서 인적자본기업패널 데이터를 상관관계분석한 결과이다.
패널데이터의 성질로 인하여 표본의 특성이 다소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상기에서 제시된 나이와 임금 간의 상관계수(0.67)가 상당히 높은 관계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관계적 경향은 실제 기업들의 임금 데이터를 진단해보면 더욱 명확해지는데, 실제 컨설팅 사례에서 기업 내 전사 직원들의 ⓐ연령, ⓑ직급, ⓒ근속연수, ⓓ성별, ⓔ직무평가점수, ⓕ성과평가점수 등을 설명변수로 놓고 목표변수(종속변수)를 그 직원이 지급받은 총 연봉으로 설정해 Random Forest 알고리즘을 통한 설명변수들의 영향력을 분석해보면 대부분 1순위를 차지하는 것은 "직급"이고 2순위를 차지하는 것은 "연령"이다. 결국, 임금은 어떤 직원이 무슨 일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보다 그가 가지고 있는 직급이나 연령에 의해서 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Ⅲ. 적극적인 공정성 확보 VS 조직의 안정성 추구 : 중용(中庸)
그렇다면 연령과 직급에 관계없이 본인의 역량과 수행 업무의 양 또는 질에 따라 보상을 지급하는 것이 무조건 타당하다고 볼 수 있을까?
사실, 상기 문제에 대해 이상적으로 접근한다면 무조건 그래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 그렇게 완벽한 인사제도는 설계할 수 없다. 즉, 어떤 업무가 그 기업 내에서 높은 조직 기여도와 가치를 내포하고 있는지에 대해 그 누구도 완벽히 판가름 내릴 수 없다. 가령, 회사는 총무 담당자가 반드시 필요함에도 대부분의 기업에서 총무 업무를 상당히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실제 직무평가 시에도 명확히 나타난다.) 이러한 직무평가 결과에 대해서 총무 담당자는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바꿔 말하면 인사제도를 통해 "모든" 직원들이 수용할 만한 타당성 있는 보상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한편, 사람은 어느 정도의 안정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과거 유연한 조직들이 규모가 커짐에 따라 관료제적인 성격으로 변화하는 연유도 그것에 기인한다고 사료된다. Tversky & Kahneman이 『Loss Aversion in Riskless Choice: A Reference-Dependence Model』에서 주창한 바와 같이 사람들은 손해에 대해 더 크게 인식한다는 점에서 본인의 현재 지위, 임금, 일자리 등을 잃을 수 있다면 상당한 불안감에 휩싸일 수 있다. 최근 Toss에서 동료평가를 통해 3번 경고를 받을 경우 권고사직을 당할 수 있는 "Three strike out" 제도를 폐지한 것과 GE가 상대평가를 통해 하위 10%는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하는 "성과비교제"를 30년 만에 폐지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다. 결국 직원들은 어느 정도의 안정감을 원할 수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기업의 보상체계는 연령 또는 근속연수와 같이 안정적인 요소와 최대한 공정하고 타당성 있는 직무평가와 인사평가를 토대로 도출된 성과 및 업무량, 직무가치 등 변동적인 요소를 동시에 고려하여야 한다. 이때 안정적인 요소와 변동적인 요소의 상호 비중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는 직군 및 산업 등으로 세분화하여 그 적정한 기준을 면밀하게 탐색하는 노력을 경주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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