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잘못된 보상제도 변혁과 구성원들의 반발
많은 기업들이 평가 및 보상제도를 개선하거나 변화를 가하면서 그러한 제도로 인해 어떤 파급효과까지 심도있게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보상의 핵심 기능은 우리 조직 내 구성원들이 온전히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망각한 채 조직과 맞지 않는 제도를 도입하거나 그 변화의 속도에 있어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보상제도는 약국에서 파는 "약"과 같다. 따라서 몸을 진단하여 그에 맞는 약을 처방받게 되면 긍정적인 조직효과를 가져오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오남용의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오늘날 평가 및 보상의 오남용은 카카오 유서 사례와 같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까지 포섭될 여지가 있고, 상기 롯데정보통신 사례에서와 같이 블라인드를 떠들썩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한편, 옳바르게 처방받은 약이라고 하더라도 빨리 낫고 싶은 마음에 한 입에 다 털어 넣는다면 이것 역시 오히려 부작용을 발생시킬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보상제도가 정렬(align)되더라도 그것을 추진하는 속도의 완급조절 역시 상황에 맞춰서 진행시켜야 한다.
오늘 글은 변화의 속도 보다 도대체 우리 조직은 어떤 "약(보상제도)"을 처방받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 생각이다.
Ⅱ. 조직문화와 적절한 보상제도
조직문화를 다루는 여러 연구들이 존재하나 여기서 다룰 조직문화는 Quinn과 Cameron의 경쟁가치모형(Competing Values Framework)이다. 해당 조직문화 진단 도구는 상당히 오랫동안 연구되고 활용되면서 그 타당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조직문화의 유형 역시 보상전략과의 연결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점에서 채택될만 하다고 판단된다.
우선 경쟁가치모형에 따르면 조직문화는 4가지로 크게 구분되며 각각의 특징은 위 그림과 같다. 그렇다면 왜 보상제도를 설계하기 앞서 이러한 조직문화부터 진단하여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변으로 실제 HR 컨설팅 당시 모 기업의 인터뷰 내용을 일부 공개하고자 한다.
※ 모 공공기관 직원 면담
면담자 : 우리 회사의 보상체계에서 성과나 직무가치를 연동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의견을 개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피면담자 : 아니 굳이 성과나 직무가치와 연동해야 합니까? 저는 솔직히 경쟁하기 싫어서 공공기관에 입사한 건데요? 그냥 안정적이게 돈 받고 경쟁없이 지내고 싶어요.
※ 모 사기업 영업직 면담
면담자 : 성과급을 만약에 도입한다면 성과급의 차등폭이나 규모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피면담자 : 일단 성과급 비중이 기본급 비중보다 높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차등폭도 엄청 컸으면 좋겠어요.
면담자 : 흠.. 다른 분들과 의견이 좀 다른데 본인은 반드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그러신 건가요?
피면담자 : 네! 저는 솔직히 여기있는 그 누구보다도 더 많은 성과를 낼 자신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성과 베이스로 보상을 받고 싶습니다.
앞서 공공기관 피면담자가 속한 조직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것을 선호하며 경쟁을 지양하는 문화가 존재하였다. 실제로 조직의 업무 수행의 결과물 역시 측정하기 어렵거나 공익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반 사기업과 달리 직무가치의 차등이나 결과물에 있어서의 공익적 효용성 비교가 어려웠다. 그 누가 맞춤형 인력양성 지원 업무보다 청년 일자리 찾기 지원 업무가 더 중요하고 공익적 가치가 높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상기와 같은 조직은 자연스럽게 위계질서 문화와 공동체 문화가 형성되거나 그러한 문화를 지지하는 보상제도가 설계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해당 기관은 비슷한 위계를 가진 사업이 다양하게 세분화되어 있었고, Pay Band 간 중첩률(Overlap)이 타 기관에 비하여 높았으며 근속연수와 연동되어 있는 각종 수당이 낮은 기본급을 보존해주고 있었다.
이와 반대로 사기업의 경우 영업직군의 시장관행상 성과 베이스의 보상을 받는데에 익숙해져 있고, 본인의 성과를 계량화하여 측정하는 것이 다른 직군에 비해 상당히 용이하다. 이렇다 보니 영업직군은 그들의 연차와 성과에 따라 상당히 넓은 범위의 임금 산포를 구성하게 되며, 자연히 성과지향적인 조직문화가 자리잡게 된다.(롯데 하이마트의 판매직은 인사평가에서 정성적 평가가 자치하는 비율이 10% 채 안됨.)
조직의 특성과 문화를 완전히 무시한 채 보상제도를 설계하는 경우 조직의 구성과 문화가 상당히 큰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인사평가 제도가 타당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고 평가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하게 성과지향적인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성과급의 비중과 차등폭을 높이는 등의 보상제도를 설계하는 경우 당연히 이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성과에 따른 보상과 그것이 타당하다고 느끼는 구성원들에게 근속연수에 기반한 안정적인 보상제도를 설계·운영하는 것 역시 엄청난 반발을 살 것이다.
종합해보면 보상은 조직 구성원들의 사고와 동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러한 제도 설계 시 현재 조직문화의 상태가 어떠한지, 그리고 구성원(경영진 포함)들이 생각하기에 가장 바람직한 조직문화는 무엇인지를 측정하여 이를 유도하기 위한 적절한 보상정책을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Ⅲ. 조직문화와 보상제도 설계 사례
많은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보상이라고 하면 단연 "돈을 주는 행위"에 국한하여 당장 기업 인건비부터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총 보상 관점에서 보상이라는 도구를 살펴본다면 돈을 주는 행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구성원들의 동기부여를 자극시키는 방법은 다양하다.
필자의 아버지는 과거 현대중공업의 임원으로 근무하셨다. 너무 어릴 적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현대중공업에서 상당히 큰 호텔을 대관하여 가족행사를 임원진 대상으로 개최한 적이 있었다. 맛있는 요리들이 즐비하고 고풍스러운 장식들이 가득 메운 그 장소에서 아버지는 양복을 입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분위기를 즐기고 계셨다. 이때 필자는 아버지가 상당히 자랑스러웠고 현대중공업이라는 대기업에 자부심을 느꼈다.
글로벌 선진 기업 중에 하나인 구글 역시 가족방문의 날을 지정하여 본사와 뉴욕지사에 부모님 혹은 자신의 아이를 회사로 데려와 구글이 가진 비전과 미션, 구글에서 하는 일, 개발 중인 제품 등을 소개하는 행사를 가진다. 아마 자신의 부모가 구글 직원이여서 구글의 이러한 행사에 참여했던 아이도 분명 위와 같은 자부심을 느꼈으리라고 생각된다. 결국 회사 내 공동체 의식을 직원의 가족들에게까지 외연을 확장시켜 종업원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로부터 로얄티 확보하고 동시에 종업원들의 "기(氣)"를 살려주는 보상제도이다. 이 외에도 구글은 칭찬 게시판을 활용하여 구성원들 상호 간 칭찬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고 이러한 창구에서 칭찬을 받은 종업원에게 한화 15만원에 상당하는 급여를 지급한다는 점에서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보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3M은 종업원들의 근무시간 중 15% 정도를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도록 자유시간을 부여하며, 이러한 시간을 통해 포스트-잇과 같은 혁신적인 상품을 이끌어 냈다. 이러한 제도에 영감을 받은 구글도 이와 유사한 제도(20% Rule)를 운영 중에 있다. 이를 통해 기존의 혁신적인 문화를 유지 또는 강화하거나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Egon 社는 컨설팅 업체로서 근무연수에 따라 보상의 크기를 결정하는 전형적인 연공급 회사이다. 오늘날까지 이러한 보상제도를 유지하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2001년 당초에는 유효하게 적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제도가 운영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신규 채용 시 본인들의 급여 결정 구조에 대하여 승낙한 지원자들만 채용했기 때문일 것으로 판단된다. Egon社가 채택한 방식으로 보상을 설계할 시 예측가능성과 조직의 안정성은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나 경쟁력은 상당히 저해될 것으로 보인다.
GM은 성과지향적인 문화를 유도하기 위하여 인사평가 결과상 하위 10%를 해고하는 방식의 Stack_ranking(극단적 상대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이를 보상에까지 연계시켰다. 물론, 이러한 제도를 차용하였던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양한 회사들도 제도의 실패를 경험하였으며 Stack_ranking의 적극적 도입을 주장하던 잭 월치마저도 최근에는 수정·보완이 필요함을 인정하였다. 국내에서는 Toss가 저성과자들에 대한 권고사직 행하는 제도(일명 '스트라이크'제도)를 '21년 말에 폐기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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