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임금정책선(Pay Policy Line : PPL)의 개념
지금까지 작성된 글은 보상설계의 방향성 단계에서 논의되는 내용을 주로 다뤘다면 이번 글 주제는 다소 실무적인 단계에 가깝다. 보상체계 정형화 업무를 맡은 인사담당자라면 Pay Band, Pay policy line, Range Spread, Overlap 등 다소 생경한 단어들이 나타나 많이 당혹스러울 것이다. 이제부터 차근차근 그 개념과 설계 방법론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일단, 임금정책선(Pay policy line)이란 직급(직무가치점수)별 중간값(Median)을 이은 선을 말한다. 각 직급간 중간값을 이었을 때 이것의 기울기를 다른 말로 Midpoint Progression이라고 한다. 상기 그림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Pay Band의 중간값을 이어 저런 모양을 만들어 내면 그것을 임금정책선(위 그림의 남색선)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은 들은 독자는 '어? 뭐야! 엄청 쉽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임금정책선에 "정책"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이유에 대해서 고민한다면 그리 쉬운 문제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임금정책선은 우리 회사가 가지고 있는 보상체계의 '척추(Spine)'역할을 한다. 만일, 척추가 바르지 않다면 기형적인 모양의 임금 산포와 종업원 이직률을 높이는 결과가 초래되고, 나아가 인재확보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척추(임금정책선)를 올바르게 세우는 것(전략연계 및 내부 융합)이 필요하다.
Ⅱ. 임금정책선의 종류와 보상관점
임금정책선은 대표적으로 ⓐ상승형, ⓑ체증형, ⓒ체감형, ⓓS자형으로 나눌 수 있다. 각각의 임금정책선은 단순히 말장난 처럼 보일 수 있으나 조직 내 상당한 파급효과와 다양한 보상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고려될 필요가 있다.
우선, 상승형은 근속연수가 길어짐에 따라 종업원이 축적하게 되는 직무가치나 숙련의 정도는 일정하게 오를 것이라는 가정 하에 사전에 정해진 승진가산금 내지 호봉상승분을 토대로 인상구조를 설계한 것이다. 대체로 승진가산금을 별도로 운영하지 않고 이를 모두 호봉상승분에 녹이는 공공기관이나 연구조직에서 많이 관측된다.
이러한 임금정책선을 가진 산업은 전문성은 있으나 다른 기업으로의 이탈이 쉽지 않는 철강, 석유, 조선 등 기업특수적 숙련이 특화된 산업계의 기술직이나 전문연구직에 적용하기 적합하다. 왜냐하면 이들의 기술 내지 전문성은 해당 기업 또는 기관에 특화되어 인재이탈의 위험이 적고, 나아가 숙련상승에 따라 그들의 전문성을 보상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체증형은 상승형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재직기간이 길수록 높은 임금을 지급한다는 점까지는 유사하나 시간이 갈수록 지급되는 임금의 상승폭을 확대하는 방식의 차이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임금정책선은 연공성을 최대한 반영한다는 점에서 근속연수가 실질적인 생산성 및 성과의 질적 측면과 연계되어 있지 않다면 1~5년 사이 연차의 종업원으로부터 높은 반발감을 살 수 있는 정책선이다.
이러한 임금정책선은 외부노동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가 되고 희소한 전문성을 보유한 기술직 내지 전문직에게 적용된다. 이들 기술직 내지 전문직은 이미 시장의 임금 수준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어 본인의 전문성에 맞는 대우가 따르지 않을 시 쉽게 이탈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이들의 재직기간을 좀 더 길게 확보하기 위하여 이러한 임금정책선을 활용하는 것이다.
체감형은 위 두 가지 임금정책선과 완전히 상반되는 임금정책선으로서 근속연수가 길어짐에 따라 조직에게 기여하는 가치 역시 함께 감소한다고 가정할 때 활용하는 정책선이다. 단순하고 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 활용되므로 한국의 국가발전 수준에 비추어 보면 그리 많이 활용되는 형태는 아니다. 육체가동능력의 정도에 따라 젊은 연령대의 직원이 더 많은 보상을 받는데 비하여 연령이 높은 직원은 다소 적은 임금상승률을 가져가는 것이 특징이다.
기업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임금정책선은 "S자형"일 것이다. 이는 기업에서 주로 실무를 담당하고 업무를 이끌어가는 중간실무층(대리~차장급)에게 더 높은 임금인상률을 부여함으로써 그들의 이탈을 막고 적절한 임금수준을 보장해주기 위함이다.
연령이 높아지면 정신적·육체적인 능력이 감소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근속연수가 중간실무자층 단계를 벗어나면 점차 임금인상률을 완만하게 적용하여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이렇게 감소된 인건비를 다시 중간실무자층이나 신입 직원 채용에 투입함으로써 인건비의 효율성을 제고한다. 이러한 S자형 곡선은 위에서 말한 산업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업종에서 적용될 수 있는 임금정책선이라고 생각한다.
Ⅲ. 임금정책선 설계
1. 임금수준 전략 설정 : 외부공정성
임금정책선의 대략적인 모양을 결정하였다면 이러한 임금정책선을 어떤 곳에 "위치"시킬 것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즉, 중간값의 위치를 ⓐ시장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할 것인지 혹은 ⓑ그 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할 것인지, 아니면 ⓒ동일 또는 유사한 수준으로 맞출 것인지를 결정하여야 한다. 이것은 인력확보 및 유지 차원에서의 경쟁력과 직결되므로 현재 외부노동시장이 매우 활성화된 IT업계의 기업들이 고임금 전략(선도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시장임금을 조사하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가장 확실한 것은 시장임금 데이터를 데이터플랫폼에서 사거나 유명 HR컨설팅 펌에 의뢰하는 것이지만 이러한 방식은 상당히 많은 비용을 수반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①잡코리아, 로버트 월터스, 원티드 등 채용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임금 데이터를 수집하고, ②헤드헌터나 관련 업계 인사담당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의 보정작업을 수행한다. 마지막으로 ③관련 산업 및 기업규모에 따른 평균임금 데이터를 고용노동부 임금직무정보시스템으로부터 수집하여 시장임금 데이터의 산업 및 규모별 정합성을 높이는 작업을 실시한다.
신뢰할 수 있는 시장임금 데이터가 확보되면 우리 종업원의 임금 데이터와 현재 재무상태를 함께 고려하여 임금수준에 관한 전략을 최종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2. 임금의 조직 적합성 확보 : 회귀분석(Regression) 활용
임금수준과 대략적으로 유도하고자 하는 임금정책선의 모양이 결정되면 이를 실제 임금 산포와 비교함으로서 조직 적합성(Fitting)을 높이는 작업을 시도하여야 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유도하고자 임금정책선의 모양이 무엇인지에 따라 회귀분석의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위 임금정책선의 종류 중 상승형에 해당한다면 단순 선형회귀분석(Simple Linear Regression : 일차방정식)을 활용하여야 하고, S자형 등 그 외에 임금정책선의 경우 다항 회귀분석(Polynomial Regression : N차 방정식)을 적용하여야 한다. 물론 유도하고자 하는 임금정책선의 모양과 산출한 회귀모델이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실제 데이터와의 정합성이 떨어지는 결과, 다시말해 조정된 설명계수값이 지나치게 낮거나 각 독립변수들의 P-Value 값이 지나치게 튄다면 수동으로 보정하는 방식을 고민하여야 한다.
또한, 회귀분석을 실시함에 있어 주의해야 할 점은 회귀분석에는 몇 가지 가정(ⓛ선형성, ②정규성, ③등분산성, ④독립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물론, 우리가 여기서 활용하는 회귀분석은 예측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엄격하게 그 가정이 충족되어야 하는것은 아니다. 실제 15개 기업의 전체 직원 임금데이터를 대상으로 자기상관성(Durbin Watson index) 측정 실험을 해본 결과 대부분의 임금데이터는 그 성질상 독립적일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거의 모든 기업이 시간에 흐름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연공성이 존재하고 이러한 특징이 곧 시계열 데이터(Time-series data)의 형태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다만, 등분산성(homoskedasticity) 가정은 임금정책선을 설계하는 회귀분석에서 반드시 지켜질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임금은 근속연수가 길어짐에 따라 그 산포가 넓어지는 특성이 있고, 이로 인하여 고연차 또는 고직급에 있는 그룹의 임금 데이터를 일정하게 Fitting 시키는 것이 다소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속변수인 임금 데이터에 자연로그를 취함으로써 임금데이터의 성질을 희석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러한 일련의 절차를 통해 현 조직 내에서 임금산포와 가장 적합도가 높은 임금 수준이 산출되면, 앞서 논의하였던 시장임금수준, 기업의 재무적 여건 등을 함께 고려하여 임금정책선의 합리적인 형태를 판단(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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