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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이야기

[인사-24002] 반복된 슬로건이 인간 행동과 조직문화에 미치는 영향

by 노동법의수호자 2024.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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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반복적 구호와 슬로건의 노출이 직원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애드거 H.샤인은 조직문화가 ⓐ인공물(artifacts), ⓑ가치관(espoused values), ⓒ암묵적 기본가정(underlying assumptions)이라는 3가지 차원으로 구성된다고 보았다. 인공물은 물리적 공간이나 상징물, 겉으로 드러난 행동 등을 말한다. 가치관은 그 집단이 표방하는 신념을 의미하며, 이러한 가치관을 명문화시키면  '컬처덱'과 같은 조직문화 안내서가 만들어진다. 마지막으로 암묵적 기본가정은 임직원들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은 당연한 행동양식, 믿음 등의 총체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암묵적인 기본가정으로부터 가치관이 형성되고, 이후 그것이 기업을 대표하는 물리적인 상징물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 반대의 경우를 목적으로 하는 여러가지 활동이나 노력들도 존재한다. 가령, 안전을 위하여 작업 투입 전 안전구호를 제창하는 경우나 기업의 목표와 비전(또는 가치관)을 모니터 잠금 화면에 주기적으로 띄우거나, 현수막을 설치하는 것들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다만, 이러한 반복적인 구호 제창과 슬로건의 잦은 노출 등이 실제로 조직문화(또는 구성원들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단정하기 쉽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모두 군대에서 '복무신조'를 매일 밤마다 외치지만 군 생활 동안 복무신조에 딱 부합하는 사람처럼 행동하였는지 묻는 질문에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그럼에도 왜 많은 기업에서 현수막, 구호제창 등의 여러 활동들을 기획하고 내부 임직원들에게 전파하는 것일까? 그것과 관련해서 어떠한 효과가 있을까?

 

Ⅱ. 인간은 반복되는 정보에 무의식적인 선호 발생

1. 자주 보아야 아름답다.. 너도 그렇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로버트 자이언스(Robert Zajonc)는 한 대학의 졸업 앨범에서 12장의 사진을 골라 실험 참가자들에게 1초당 두 장꼴로 보여주며 사진 속 사람들을 기억하는 테스트를 진행하였다. 물론 이 테스트의 진짜 목적은 사진의 노출 빈도에 따른 피실험자들의 호감도를 측정한 것이였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에게 사진을 보여주는 횟수를 0, 1, 2, 5, 10, 25회로 달리보여주며 기억력 테스트인 척 호감도를 조사하였고, 노출빈도가 많은 사진일 수록 호감도가 높게 나왔다. 

 

이후 시간이 흘러 피츠버그 대학의 리처드 모어랜드(Richard Moreland)와 스콧 비치(Scott Beach) 교수도 유사한 목적의 실험을 다른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연구진은 네 명의 여성을 선정해 한 학기 동안 각각 0, 5, 10, 15회 수업에 출석하도록 하고, 학기가 끝난 뒤 같은 수업을 들은 학생들에게 해당 여성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어떤 여성이 매력적인지 평가하도록 하였다. 네 명의 여성 모두 강의실에서 학생들과의 접점이 거의 없어 학생 중 이들을 기억하는 이가 10% 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해당 실험 결과 역시 수업에 더 많이 출석한 여성이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우리 뇌는 의식하지 않더라도 어떤 대상(객체)을 자주 또는 더 많이 볼 경우 그것에 대해 친숙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2. 코카콜라와 펩시 무엇이 더 맛있을까?

신경생리학자인 미국 텍사스 베일러대 리드 몬태규(Read Montague) 교수와 매클루어(McClure)교수 연구팀은 자기공명영상장치(fMRI) 안에서 펩시콜라와 코카콜라를 마실 때의 뇌 활동을 촬영했다. 피실험자들의 뇌에선 펩시콜라를 마셨을 때 '쾌락의 중추'라 불리는 선조체(Striatum) 영역이 훨씬 더 활발하게 활동했다. 즉, 펩시콜라가 코카콜라에 비해 더 즐거운 기분이 들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피실험자들에게 자신들이 마시는 콜라 브랜드가 무엇인지 알려주며 콜라를 마시게 했다. 그러자 자신이 마시는 콜라가 펩시콜라가 아닌 코카콜라인 것을 인지하였을 때 뇌의 전전두엽의 반응이 훨씬 더 컸졌다. 더 나아가 뇌의 정서와 기억 및 학습을 담당하는 부위도 함께 반응하였다. 이는 선호되는 브랜드가 있다면 그것이 가진 본래의 맛까지도 긍정적인 과대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위 실험 결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람들은 잘 알려지거나 친숙한 브랜드에 대해 그것이 제공하는 본연의 가치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소결 : 반복적인 구호·슬로건의 무의식적 선호 형성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반복적인 구호 및 슬로건은 그것에 자주 노출된 사람의 무의식 속에 호감이나 선호를 형성할 수 있다. 따라서 회사 내 직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을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직원들이 느끼는 거부감을 좀 더 부드럽게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Ⅲ. 무의식 속 정보가 인간 행동에 미치는 영향

1. 서브리미널(Subliminal) 효과

1985년 2월 23일, 레이먼드 벨크냅과 제임스 반스라는 두 소년은 주다스 프리스트의 음악을 들으며 술과 약물을 즐기고 있었다. 그 순간, 무엇에 이끌린 것처럼 그들은 자신들의 얼굴에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레이먼드 벨크냅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제임스 반스는 안면전체가 일그러졌다.

단순한 우발적 자살로 처리될 수 있었던 이 사건은 제임스 반스가 주다스 프리스트를 상대로 법정소송을 하면서 복잡해졌다. 그는 주다스 프리스트의 음악에 서브리미널 메시지가 담겨있었고 이 메시지가 자살을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서브리미널 효과란 ‘인간이 인지하지 못하는 자극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즉, 우리 인간은 스스로 인지하지도 못한 채 누군가의 메시지를 받아 조종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무서운 '서브리미널 효과'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이것의 실제 존재 여부에 대해서 많은 다툼이 존재하나 많은 나라에서 법률로 이러한 효과를 노리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을 통해 이를 금지하고 있다.

[참고]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 제15조(잠재의식광고의 제한)

방송광고는 시청자가 의식할 수 없는 음향이나 화면으로 잠재의식에 호소하는 방식을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

 

2. 관련 연구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심리학과 교수인 루드 쿠스터스(Ruud Custers)와 헨크 아츠(Henk Aarts)는 그들의 공동 논문에서 '무의식 의지(The Unconscious Will)'라는 생소한 개념을 소개하며, 인간의 행동은 무의식에 영향을 받고 무의식은 특정한 환경이나 자극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논문은 무의식에 의해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소개했다. 학생들을 스크린 앞에 앉히고 퍼즐 맞추기와 관련된 단어들을 보여주되 일부 학생들에게는 긍정적인 연상작용을 일으키는 단어를 중간중간 섞어서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보여주었다. 이후 실제 퍼즐을 맞추라고 지시하자, 긍정적인 단어에 노출된 학생들이 더 열심히 오래 작업에 몰두했다. 

 

유사한 연구로 존 바그(John Barg)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는 1999년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자동성(The Unbearable Automaticity of Being)’이라는 저서를 통해 무의식적 자극의 강력한 힘을 주장한 바 있다. 영상 중간중간에 특정 단어를 삽입하되 순식간에 지나가게 하면, 관객들은 그 단어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지만 분명히 그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3. 소결 : 무의식에 새겨진 정보는 행동에 영향을 미침

우리는 반복적인 메시지에 노출될 경우 자연스레 그러한 메시지를 무의식 속에 새김과 동시에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리고 무의식 속에 잠재된 메시지는 우리의 선택과 의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긍정적인 사람을 주변에 두어야 하는 것처럼 좋은 메시지와 단어에 자주 노출될 수록 좋을 것 같다.

 

Ⅳ. 결론 : 반복된 슬로건은 조직문화를 변화시킴

앞서 살펴본 다양한 연구결과를 종합해보건대 결론만 먼저 말하자면 반복된 메세지는 조직 내 구성원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조직문화를 변화시키는 하나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복된 슬로건과 구호 등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 속에 자리잡아 그것에 대한 반감을 완화시킨다. 이는 새로 나온 아이돌 노래가 처음에는 듣기 거북했지만 계속 듣다보면 익숙해지고 점점 좋아지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생각된다.

 

선호되는 정보가 무의식 속에 새겨지면 이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행동, 사고, 선택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한다. 다만,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반복적인 구호와 슬로건에 의한 노출이 효과가 없어 보였던 것이다.

 

자 그럼 이제부터라도 조직 내 구성원을 위해 혹는 나 자신을 위해 좋은 글귀와 단어, 그리고 사람을 곁에 두어 좀 더 긍정적인 사고와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 해보인다.

 

 

 

 

 

 

 

[참고문헌]

1. [행복론] 그이에게 호감을 얻는 방법, 단순 노출 효과
   (https://mediask.co.kr/901)
2. 정재승(2018), 뇌형상으로 풀어본 '브랜드 납치', DBR
   (https://dbr.donga.com/article/view/1202/article_no/1022/ac/magazine)
3. 유병규(2011),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입니까, 한대신문
    (https://www.hynews.ac.kr/news/articleView.html?idxno=5168) 
4. 임동욱(2010), 인간에게는 정말로 자유의지가 있을까, 사이언스온
    (https://scienceon.kisti.re.kr/srch/selectPORSrchTrend.do?cn=SCTM0008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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