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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이야기

[인사-24003] 부업·겸직 금지 조항의 현재와 미래

by 노동법의수호자 2024.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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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직장인들은 왜 N잡러를 꿈꾸나

서울경제 기사 이미지 발췌

 

 

요즘 물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신선과실의 물가는 전년 대비 41.2%(△귤 78.1% △사과 71.0% △배 61.1% △토마토 56.3% △딸기 23.3% 등) 상승해 왠만한 주식 투자 수익률을 아득히 상회하는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직장인들이 N잡러를 꿈꾼다. 그들은 유투브, 공간대여(파티룸 등), 수익형 블로그, 스마트 스토어, 프렌차이즈 창업 등 다양하게 고민하고 또 실행에 옮긴다. 그러나 막상 부업을 하거나 할려고 계획하다보니 내심 회사가 마음에 걸리기 시작한다.

 

과거 사내 규정을 통해 겸직이나 부업이 금지된다는 사실을 얼핏 들은 것 같기도 하고, 해외 오토바이 구매대행 사업을 하던 옆팀 김 대리가 갑자기 승진이 누락되었다는 사실과 감사팀으로부터 호출이 있었다는 소문까지 들리자 소시민으로서 우리들의 삶이 작은 도전으로 와르르 무너지지 않을까 가슴이 조마조마한다.

 

그렇다고 이대로 회사에 뼈을 묻자니, 회사가 과연 나를 책임져 줄까? 고금리 고물가 시대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이러한 불안감은 다시 한번 "N잡러"라는 선택지에 불을 지피기 시작한다.

 

Ⅱ. 겸직 및 부업 금지.. 과연 타당한가?

1. 국내 법원의 판단 : "전면적·포괄적 금지는 부당"

우리나라 헌법은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하여 누구든지 자기가 선택한 직업에 종사하여 이를 영위하고 언제든지 임의로 그것을 바꿀 수 있는 자유와 여러 개의 직업을 선택하여 동시에 함께 행사할 수 있는 자유, 즉 겸직의 자유도 가질 수 있다고 보았다.(헌재 1997. 4. 24. 95헌마90)

 

이를 토대로 회사의 취업규칙(사내규정)이나 개별 서약서 등을 통해 겸직 또는 부업을 제한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모든 겸직과 부업을 금지시키는 것은 아니다.(서울행법 2001. 7. 24. 2001구7465) 기업질서나 근로계약서에서 내정된 근로제공에 지장이 없는 겸직 또는 부업은 금지되지 않는다. 다만, 반대로 모든 겸직과 부업이 폭 넓게 인정된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자

[서울행법 2001. 7. 24. 2001구7465]

원고는 참가인이 회사 재직 중임에도 불구하고 사적으로 다방영업을 수행하였다는 것을 징계사유로 들고 있으나, 근로자가 다른 사업을 겸직하는 것은 근로자의 개인능력에 따라 사생활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므로 기업질서나 노무제공에 지장이 없는 겸직까지 전면적,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러나 참가인은 상사의 작성지시, 시말서 제출지시를 비롯하여 당직근무시 발생한 사고에 대한 경위서 제출 지시와 같은 업무상 지시명령을 거부하였고, 위와 같은 지시들은 특별히 부당하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이 부분 징계 사유는 넉넉히 인정된다 할 것이다.

 

겸직이나 부업이 가능하더라도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직장인이라면 계약 당사자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신의'를 저버려선 안 된다. 즉, '선은 지키면서 겸직 또는 부업을 하라'는 말이다. 가령 경쟁업체에 겸직하는 경우(2017구합60970), 업무수행 중 취득한 지식과 정보를 활용해 개인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2012누35346), 근무시간 중 겸직을 하는 경우(2018나51471) 등 부업에 있어 선을 넘는 경우에는 회사로부터 징계를 받을 수 있음을 명심하자

 

2. 겸직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직무(직업)

위에서 말한 선을 넘지 않더라도 법을 통해 아예 겸직이나 부업을 금지하는 직무나 직업들도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①공무원의 경우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에 의거하여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소속기관의 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 ②유사하게도 공공단체 임직원 역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직무 외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기관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비영리 목적의 업무를 겸할 수 있다.

 

③농업협동조합, 수산업협동조합 등의 조합과 개별 법률에 따라 설립된 특수법인은 공적업무를 수행하는 관계로 소속 임직원에 대한 독립성의 보장이나 공정한 업무 수행을 위해 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공적 직위 등을 겸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 ④이 외에도 업무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직무의 경우에는 겸직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변호사 및 세무사, 금융회사의 상근임원, 사립학교법상 이사장 등이 그러하다.

 

Ⅲ. 겸직과 부업 마냥 금지하는 것이 답일까?

1. 일본 사례 연구

일본은 후생노동성이 2017년에 추진한 '일하는 방식 개혁'이 계기가 되어 적극적인 부업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후생노동성은 당초 제시하던 표준취업규칙에서 '부업 금지 조항'을 삭제하였고, 이후 부업과 겸업을 적극적으로 촉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적극적으로 부업과 겸직을 장려하는 정책을 시행하였다.

 

이는 노동가능인력의 구조적인 감소 문제에 직면한 일본이 다양한 노동 인구의 확보를 위하여 다양한 정책적 시도 중 하나로 해석된다. 이에 발 맞춰 일본 내 많은 기업들이 주4일제를 검토·도입함으로써 소속 임직원들로 하여금 부업과 겸직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근로자가 여러 커리어를 경험하고 시도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굳이 퇴사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안정적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경력경로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실제로 부업을 허용하고 있는 기업들은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브랜딩에 활용하고, 이를 인재 확보를 위한 경쟁력으로 삼고자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기업들도 많다.

 

2. 실제 기업 사례

"소프트뱅크"는 2017년 이후 부업금지를 해제하고 구성원들의 부업을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Smart & Fun!' 슬로건 하에 부업을 허용하고, 스마트 워크와 'Super Flex 제도'를 통해 개인의 성장을 지원하였다. 다만, 사전 허가를 통해 본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부업을 허용하였다.

 

우리에게 익숙한 맨소래담을 만드는 기업인 "로토제약"은 '사외 챌린지 워크 제도'와 '사내 더블잡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3년 차 이상 직원들에게 근무시간 외 부업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놓았다. 사내 더블잡 제도는 회사 내 부서를 초월해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여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도모하는 제도이다.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은 '사외 겸업'제도를 도입하여 다른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이러한 겸업 제도는 2년이라는 기한을 두고 1주일에 1~2일을 다른 회사에 가서 근무하는 제도로, 회사에서 직접 사외 겸업을 명하는 경우도 있고 스스로 원하는 회사를 찾아 사외 겸업을 신청할 수도 있다.

 

3. 한국 기업에 대한 제언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6 이하로 떨어졌고, 고령 인구는 날이 갈 수록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와 맞물려 대퇴사 시대(Great resignation)를 맞이 한 기업들은 젊고 유능한 핵심인재 확보 및 유지하는데에 생각보다 많은 자원을 투입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다른 기업에 비하여 복리후생 및 급여를 경쟁적으로 더 많이 줄 수 있는 안정적인 회사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또한, 물리적 보상은 그 크기가 커질 수록 그에 상응하는 효용가치는 한계곡선에 따라 내려올 수 밖에 없다. 즉, 사람이 살면서 그렇게 큰 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핵심인재 확보에 있어 다른 기업에서 제시하지 않은 아주 파격적인 제안을 함으로써 핵심인재의 발길을 돌려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겸직과 부업을 터부(taboo) 시하고 있는 현재에 부업과 겸직을 일정한 그라운드 룰에 맡겨 허용할 수 있다면, 이는 기업의 엄청난 브랜딩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생각해보라, 남들이 다 할 때 따라하는 것은 그 효과가 덜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을 때 부업과 겸직을 열어준다면 세간의 관심과 더불어 엄청난 기업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자 이제 결정을 내릴 때이다!
생각보다 부작용을 덜 할 것이다

 

 

 

 

 

 

 

 

[참고문헌]

1. 심우일 등, 사과 71% 뛰고 귤 78% 폭등…미친 과일값에 물가 또 3%대, 서울경제
 - https://www.sedaily.com/NewsView/2D6JKJ07H6

2. 손가연, 구성원의 부업을 허용해야 할까? 일본 기업을 중심으로 본 시사점, HR인사이트
 - https://www.hrinsight.co.kr/view/view.asp?in_cate=112&gopage=1&bi_pidx=36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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