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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해석 및 판례

[판례] 원·하청 노동관계 : 공동사용자 법리 VS 실질사용자 법리

by 노동법의수호자 2024.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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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미국의 공동사용자 법리와 한국의 유사 노동 이슈

□ 미국의 「공동사용자 법리(Joint Employment Doctrine)」란 한 근로자의 핵심적인 고용조건에 대해 복수의 사용자가 관여할 경우,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복수의 사용자 모두를 법상 사용자로 간주하여 노동관계법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을 말함

 

□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 역시 파견, 인력도급 등 간접고용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그 활용 영역도 건설·의류·영화산업·광업·통신·요식업 등 상당히 많은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임

 - 특히, 1980년 중반에 이르러 이러한 다면적 근로관계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기 시작했고, 증가하는 간접고용 상황에 대해 미 노동부 근로기준국장이였던 데이비드 와일은 "고용은 더 이상 잘 정의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분명한 관계가 아니다."라며 "사업장의 균열(Fissuring of the workplace)"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함

 

□ 심화되고 있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속에서 미국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 National Labor Relations Board)는 다면적 고용관계에서 공동 사용자의 인정 범위를 아래와 같이 확대·축소를 반복함

 ① 1980년 중반 이전 : 원청이 하청에 대한 지배권을 실제로 행사한 경우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경우
 ▷ 공동 사용자 범위 확장

 ② 1980년 중반 이후 : 원청이 하청에 대한 지배권을 실제로 행사한 경우에만 한정

 ▷ 공동 사용자 범위 축소

 ③ 2015년 브라우닝 페리스 사건 : 1980년대 중반 이전 상황으로 판단 기준 원복

 ▷ 공동 사용자 범위 확장

 ④ 2020년 joint employer rule 개정 : 실제 지배권을 행사한 경우로 한정(트럼프 행정부 시절)

 ▷ 공동 사용자 범위 축소

 ⑤ 2023년 joint employer rule 개정 : 1980년대 중반 이전 상황으로 판단기준 원복(바이든 행정부 시절)

 ▷ 공동 사용자 범위 확장

 ⑥ 2024년 텍사스 동부 지법 무효화 판결 : 2023 joint employer rule 무효화 & 2020 joint employer rule 부활

 ▷ 공동 사용자 범위 축소

 

□ 이와 유사하게 한국에서도 ①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인해 좌절된 노란봉투법②대법원 전원합의체에 계류 중인 현대중공업 사건 등 관련 이슈가 2024년 주요 노사정 쟁점으로 부각됨

 -  국내에서는 「실질사용자 법리」로 명명되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원청에 해당할 경우 하청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원청이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알려져 미국의 공동사용자 법리와 유사한 구석이 있음

 - 그러나 미국의 공동사용자 법리와 국내의 실질사용자 법리의 차이는 복수의 사용자를 인정할 수 있을지 여부인데, 실질사용자 법리는 근로조건과 관련해 "진짜 사용자는 너(원청)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인데 반해, 미국의 공동사용자 법리는 "너네 둘다 사용자!"라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임

 

□ 국내 법 체계에 미루어 보아 미국의 공동사용자 법리가 그대로 우리나라에 이식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나, 하급심에서는 종종 공동사용자의 존재를 인정한 사례가 등장해 주목 받고 있음

 - 이하에서는 국내 법원이 어떠한 경우에 공동사용자를 인정하였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음

 

Ⅱ. 국내 「공동사용자」 법리

1. 주요 내용

□ 국내 하급심에서는 사업 수행 방식에 따라선 명확히 구분되는 법인이라고 하더라도 한 근로자에 대한 복수의 사용자가 될 수 있다고 설시

 - 공동사용자에 해당할 경우 근로계약 관계로부터 발생되는 여러 채무관계(급여, 퇴직금 등)의 당사자가 될 수 있음 

[대전지법 2015. 11. 11. 2014가단219054]

사업주가 누구인지에 관하여 보건대, 근로계약의 개념 및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볼 때 근로계약의 일방 당사자로서 특정 근로자로부터 노무를 제공받아 그에 따른 보수를 지급하여야 하는 사용자가 반드시 1인으로 한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사업 또는 사업장 내에서의 구체적인 인력운용·관리 의 실태, 해당 사업의 수행에 있어 사용자들 사이의 업무분담의 내용과 방식 등에 따라서는 복수의 사용자가 공동사업주로서 특정 근로자로부터 노무를 제공받고 그에 따른 보수를 공동의 책임 하에 부담할 수도 있다.

 

2. 사례 분석

□ ①그룹 전체에 경영지원부서가 1개 뿐이고, ②계열사 간 사무실 공동으로 사용하고 명함을 교차해서 사용할 뿐만 아니라 ③다른 계열사가 수주한 업무에 타 계열사 직원이 투입되는 등 그룹 내 계열사가 사실상 하나의 회사처럼 유기적 일체를 이루어 업무를 수행한 사례에서 공동사용자성을 인정

[서울중앙지법 2014. 5. 23. 2013가합521826]

피고 W는 적어도 2008년경 이후부터는 설계 프로젝트의 수주 명의만을 단독으로 하였을 뿐, 해당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AA그룹 차원으로 조직된 소속 부서 및 직급 등을 기준으로 원고들을 포함한 소속 근로자들을 임의로 사용하여 왔고, 이는 Y로부터 필요한 인력을 파견 혹은 전출의 형식으로 지원받는 업체간 '협업'의 방식이 아니라, 피고 W 혹은 AA그룹 차원의 독자적인 필요와 계획에 따라 원고들로부터 직접 노무를 제공받아 사용한 것으로 평가된다(Y 또한 같은 시기 자신 명의로 수주받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피고 W 소속 근로자들을 사용하기도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결국 피고 W와 Y는 사실상 '공동사업주'와 같은 유기적 관계에서 그룹 차원의 설계 · 감리업무 등을 일체로서 수행하였던 셈이다).

 

□ 또한 독립된 사업장에 대해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인사 · 노무 · 회계 · 감사 등에 직접 개입하였으나, 그 사업장이 타인에게 흡수 합병된 사례에서 법원은 실질적인 사용자와 흡수 합병한 회사가 공동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함 

[인천지법 2015. 2. 17. 2012가단100615]

원고 등이 근무한 E학원이 피고 C의 지점으로 등기되어 있고, K가 피고 C의 최대주주로 K와 피고 C가 독립되어 있으며, 피고 C 소속 학원들이 학원장을 중심으로 한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된 것처럼 볼 수는 있다.

그러나 근로계약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2011. 6.경부터는 원고 등의 실질적인 근로관계에 있어서 K가 E학원의 인사 및 노무, 회계, 감사 기타 제반 업무지시 등 학원의 운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방법으로 E학원을 직영하였고, E학원에 소속된 원고 등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지위에서 K에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K를 흡수합병한 피고 B는 2011. 6.경부터는 피고 C와 함께 공동사업주로서 원고 등에 대하여 2011. 10.분 임금과 2011. 11.분 임금 등의 지급책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원고와 선정자 G, H, I에 대하여 2011. 6. 이전의 근무기간을 포함하여 퇴직금의 지급책임이 있다.

 

Ⅲ. 대분기점 도래 임박과 대응 준비

□ 국내 양대노총은 거부된 노란봉투법의 재발의와 관련 투쟁을 이번 해 하반기부터 실시할 예정임

 - 한편, 연내에 현대중공업 전합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측하는 전문가 의견이 다수 존재할 뿐만 아니라 이를 대비하기 위한 고용노동부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음*

※ 2024년 4월 고용노동부 대응

1. 고용노동부 산하 이중구조개선과 폐지 후 노동정책실 노동개혁총괄과, 미조직근로자지원 TF 신설
2. 해당 부서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상생임금위원회, ⓒ원·하청 노사협의회, ⓓ상생협약,
    ⓔ상생연대 형성지원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음

3. 해당 업무들은 모두 원·하청 노사관계 및 임금구조 개편 등을 담고 있음

 

원·하청 간 다면적 근로관계 문제는 해결이 불가피하다고 생각되나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방향이 어떤 식으로 흐를 것인지는 예측하기 어려움

 - 따라서 이와 관련된 법리를 분석·검토하고 나름의 대응책을 강구해놓는 것이 앞으로 다가올 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함

 

 

 

 

 

 

 

 

 

 

[참고 문헌]

1. 박현희. (2018). 공동사용자 개념과 논의의 한국적 함의. 노동법포럼, 23, 313-365.

2. 윤애림(2023). 미국판 노조법 2조 개정. 매일노동뉴스

3. David R. Broderdorf & Lauren M. Emery(2024). NLRB BLOCKED FROM IMPLEMENTING EXPANSIVE JOINT EMPLOYER RULE. Morgan Lew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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