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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 이야기

[노무-23029] 재직자 조건부 임금과 새로운 해석 법리 제시

by 노동법의수호자 2023.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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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재직자 조건부 임금항목이란?

□ "재직자 조건부 임금항목"이란 특정일에 재직할 것을 요건으로 지급하는 임금을 말함

 

2013년 갑을오토텍 사건(201289399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법원은 이러한 재직자 조건부 임금에 대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

  - 이후 대다수 기업에서 재직자 조건을 특정 임금항목에 붙임으로써 통상임금을 배제하는 임금체계 설계

[대법원 2013. 12. 18.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지급일 기타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정해져 있는 임금은 그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일 것이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자격요건이 된다. 그러한 임금은 기왕에 근로를 제공했던 사람이라도 특정 시점에 재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지급하지 아니하는 반면, 그 특정 시점에 재직하는 사람에게는 기왕의 근로 제공 내용을 묻지 아니하고 모두 이를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와 같은 조건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라면, 그 임금은 이른바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근로를 제공하더라도 그 특정 시점이 도래하기 전에 퇴직하면 당해 임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여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 그 지급조건이 성취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므로, 고정성도 결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Ⅱ. "재직자 조건" 남용과 금융감독원 사례 

그러나 최근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하급심 판결이 나타나고, 202211월 대법원은 그러한 하급심 판결을 심리불속행 기각판결(금융감독원 사례)을 통해 그대로 확정하였음(대법원 2022. 11. 10. 선고, 2022252578, 232592, 252585, 252608)

  - 동일한 쟁점 사안인 "세아베스틸 통상임금 사건(2019다204876)"이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계류 중에 있으므로 판결 당시 경영계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음

 

금융감독원 사례 이전까지는 재직자 조건부 임금 항목이 중도 입사자 및 퇴사자들에게 일할하는 관행 또는 규정이 있는지에 따라 그것의 소정근로대가성 유무를 추단하고, 이어서 통상임금성을 판단하였음

  - 일할계산 시 하루 치에 대한 소정근로대가성이 인정될 수 있으므로 당연히 고정성도 인정되어 통상임금이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소정근로대가성과 고정성이 연쇄적으로 부정되며 통상임금성 역시 부정

 

그러나 최근 금융감독원 심리불속행 기각판결에 따르면 일할계산을 하지 않았던 사례임에도 재직자조건부 임금항목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하여 2013년 갑을오토텍 사건과 다른 취지로 해석함

  - 소정근로대가성이 인정되는 임금항목은 당연히 근로의 대가에 해당하므로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포함되는데, 재직자 조건부 임금항목은 퇴직금과 같은 후불임금 성격의 금원을 사전에 포기하게 하는 것으로서 무효라는 취지

[서울고법 2022. 5. 4. 2019나2037630 등(금융감독원 사례)]

피고는 2015.1.1. 급여규정을 개정하기 이전에는 그 급여규정 제31조제1항 또는 제2항에서 정기상여금은 ‘지급기준일 현재 재직 중에 있는 자에 한하여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연공제 근로자 중 지급기준일 현재 재직 중에 있는 자에 한하여 정기상여금을 지급하였으며, 정기상여금 지급기준일 이전에 퇴직한 근로자들에 대하여 정기상여금을 일할 계산하여 지급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개정 전 급여규정에 근거하여 연공제 근로자에게 연 600%의 지급률에 따라 정기적·계속적으로 지급된 정기상여금은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그 지급이 확정된 것이라고 볼 수 있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인 임금인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이 사건 정기상여금은 1년에 기준봉급의 600%에 해당하는 금액을 6회로 나누어 정기적으로 지급하도록 되어 있을 뿐, 이와 같은 정기상여금 지급에 별도로 업적, 성과 등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즉 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업적, 성과 등과는 관계없이 사전에 확정된 금액이 특정 지급일자에 정기적으로 분할 지급되는 것이다.
② 이 사건 정기상여금 지급방법을 보면, 피고는 국내에서 해외(또는 해외에서 국내)로 발령받은 직원 및 인병휴직 직원의 경우에는 그 발령일을 기준으로 일할계산하여 지급하고, 인사관리규정에 따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승인받은 직원에 대하여는 소정근로시간(주 40시간)에 대한 약정 근로시간에 비례하여 지급한다.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정기상여금이 지급기준일에 재직하는 사람에게는 기왕의 근로 제공 내용을 묻지 아니하고 이를 전부 지급하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③ 이와 같은 이 사건 정기상여금의 금액, 지급방법, 지급실태 등에 전체 임금에서 이 사건 정기상여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점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정기상여금은 단순히 복리후생적·실비변상적·은혜적 성격 또는 사기진작을 위한 금원이라거나 특정 시점의 재직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금원으로 볼 수는 없고, 오히려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기본급과 마찬가지로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그에 대한 기본적이고 확정적인 대가로서 당연히 수령을 기대하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④ 그렇다면 이 사건 정기상여금은 소정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서 퇴직일까지의 근로일수에 비례하여 일할계산하여 지급되어야 하는 임금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이와 달리 앞서 본 재직자조건이 기왕에 근로를 제공했던 사람이라도 특정 지급일자에 재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까지도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한 이는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물론, 금융감독원 사례에서 대법원이 판결의 이유나 취지를 제시하지 않았기에 재직자조건의 유·무효를 직접적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는 평가도 있음(이광선·구자형)

 

Ⅲ. 재직자 조건에 대한 해석

우리는 어떤 임금을 지급할 때 ⅰ)발생요건과 ⅱ)지급요건을 구분해서 생각해야 함

  - 만일, "5년 근속한 자에게 매월 말일에 15만원 지급한다"라는 규정이 있다면 '5년 근속'이라는 조건은 그 임금의 발생요건이 되는 것이고, '매월 말일에 지급'은 지급요건을 의미함

  - 퇴직금의 경우 '근속연수 1년 이상 + 초단시간 근로자 X'가 발생요건이고 '퇴직 시'가 지급요건임

 

따라서 발생요건이 이미 충족되었음에도 지급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하여 발생된 임금을 아예 지급조차 하지 않는 것은 임금의 사전 포기 및 강제 근로를 유도할 수 있으므로 무효

  - 다만, 지금까지의 판례는 발생요건과 지급요건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재직자 조건이 무효이면 논리필연적으로 해당 임금항목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봄

[대법원 1981. 11. 24. 81다카174]

기록에 의하면 피고 회사의 보수규정상 상여금 지급기준의 결정을 위임받은 피고 회사 사장은 매기마다 상여금 지급 대상자를 각 지급기간의 말일, 즉 6월 말일 또는 12월 말일 현재 재직중인 자로 규정한 지급 기준을 정하여 시달하여 왔음이 인정되나, 이 지급기준은 당기상여금 전액은 당기 말일 현재 재직중인 자에 대하여 지급한다는 의미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되고 이와 달리 당기 지급 기간인 6월을 계속 근무한 자에 한하여 지급하며 중도퇴직자에 대하여는 이미 근무한 기간에 해당하는 것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까지 규정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대법원 2022. 4. 28. 2019다238053]

단체협약 등에서 정기상여금을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 한하여 지급한다는 규정을 둔 경우에도, 그 규정만 을 근거로 이미 근로를 제공했더라도 특정 시점에 재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정기상여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 취지라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특정 시점 전에 퇴직하더라도 이미 근무한 기간에 비례하는 만큼 정기상여금을 지급해야 하는지는 단체협약 등에서 정기상여금을 근무기간에 비례하여 지급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지 여부뿐만 아니라, 정기상여금의 지급 실태나 관행, 노사의 인식, 정기상여금 그 밖의 임금 지급에 관한 규정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인 사안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근로자가 특정 시점 전에 퇴직하더라도 근무일수에 비례하여 정기상여금이 지급되는 경우 정기상여금은 매 근무 일마다 지급되는 임금과 실질적인 차이가 없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 최근 서울고법 판결(20162032917)에서 재직자 조건은 유효이지만 해당 임금항목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함으로써 재직자 조건에 대한 법리해석이 발생요건과 지급요건으로 양분될 수 있는 단초 제공

  - 지급요건으로서 "재직자 조건"을 바라보면 금융감독원 사례, 발생요건으로서 "재직자 조건"을 바라보면 갑을오토텍 사례 

  - 재직자 조건을 지급요건으로 인정하면 재직자 조건이 유효하더라도 통상임금성이 인정될 수 있으나, 재직한 기간 동안의 소정근로대가는 정산되어야 함

  - 그러나 해당 판결은 재직자 조건과 통상임금성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중도퇴사자에 대한 정산을 하지 않더라도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아 다소 법리해석의 정치화(精緻化)가 필요하다고 판단됨

[서울고법 2020. 12. 2. 2016나2032917]

이 사건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에서 지급일 이전에 복직 또는 휴직하는 근로자에게는 이 사건 상여금을 일할로 계산하여 지급하고, 신규 입사한 근로자에게는 경력과 근속기간에 따라 다양하게 정한 지급률을 적용하여 일부를 지급하도록 규정하였고, 결근으로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근로자에게는 감액하여 지급하였다
 
이 사건 재직자조건에 따르면 중도 퇴직하는 근로자는 그 시기에 따라 후불 임금을 일부 지급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입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고, 선불 임금을 반환하지 않는 이익을 얻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는바, 이익 또는 불이익이 되는 금액이 이 사건 상여금의 연간 지급금액에 비하면 소액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재직자조건은 근로자 또는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거나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고,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퇴직 시기를 선택할 수 있으며, 불리한 시기에 퇴직하더라도 그 불이익이 크다고 하기는 어려운바, 근로자가 중도 퇴직하는 경우에 계산상의 편의를 위해 미지급 또는 초과지급 상여금을 정산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사건 상여금은 소정근로를 제공하면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된 임금이므로,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된 고정적인 임금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이 사건 상여금은 중도 퇴직을 하지 않고 임금산정기간인 1년의 소정근로를 제공할 경우에 월 기본급의 800%로 지급액이 확정되어 있으므로, 1년의 소정근로를 제공하는 것 외에 추가적인 조건의 성취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하는 고정적인 임금에 해당한다.
② 이 사건 상여금은 재직자조건이 부가되어 있으나, 1년의 소정근로를 제공하지 못하고 중도에 퇴직할 경우에 일할 계산하여 정산하든 다른 방법으로 정산하든 이 사건 상여금의 고정적인 성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Ⅳ. 향후 경과와 대응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가 기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하기로 노사 간 합의하며, 세아베스틸 전합판결의 향방에 대해 통상임금을 인정하는 것으로 무게를 두고 있음

 

그러나 최근 대법원장이 진보계 인사에서 보수계 인사로 변경되고, 이번 윤 대통령 임기 내 대법원 인적 구성이 중도·보수 성향의 법관으로 교체될 가능성이 높은 현 시점에서 섣불리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음

  - 다만, 필자 생각엔 재직자 조건이 더 이상 통상임금을 부정하는 표지로 작용하게 두진 않을 것으로 보임

  - 따라서 위 "Ⅲ. 재직자 조건에 대한 해석"과 같이 과거 전합판결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에서 판단을 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봄

 

따라서 기업 인사담당자는 재직자 조건부 임금항목의 지급조건과 전체 급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고, 이것이 기본급의 성질로 비견될 수 있을 것 같다면 조속히 법률검토를 의뢰하여 충격에 대비할 필요 있음

 

 

 
[참고 문헌]

1. 장승준. (2022). 정기상여금의 재직조건 효력 및 통상임금성 ―대상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2. 5. 4. 선고 2019나 2037630, 2019나2037647, 2019나2037654, 2019나2037661 판결―. 노동법포럼,(37), 367-389.

2. 이광선, 구자형. (2022). [노동] 재직자조건에 관한 최근 대법원 판결과 의문들. 법무법인(유) 지평. 최신판례해설.

3. 김민지. (2023).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에 대한 판례 동향과 시사점. 월간노동법률.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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